AMUNT! 발렌시아에게 승리를.
AMUNT! 이길 시간이다.
AMUNT! 영광이 우릴 기다린다.
AMUNT! 나는 언제나 너와 함께 그 곳에 있다. 언제나 발렌시아, Amunt.

     요새 가장 많이 듣는 곡의 가사. 계속 틀어놓는다. 주로 곰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데 싱크 가사도 등록해놨다. 내가 필요하니까 -.- 그냥 노래라고 하기도 그렇고, 서포팅곡이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어쨌든 가사가 솔직하게 마음에 든다. 발렌시아의 색깔을 가진 피가, 내 혈관 속을 흐르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그 가사가.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K리그에서 수원 블루윙즈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랑블루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한테는 푸른 피가 흐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뭐, 당연한 거지만. 그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듯이 그런 의미의 색깔이라면 발렌시아의 색깔이겠지, 푸를 수가 없었던 거다. 

     내가 싫어하는 것들 중에 하나가 '팬의 자격' 을 운운하는 것인데, 그래도, 어쨌든 가지고 있는 기준은 있다. 내가 가진 그 기준을 가지고 남을 재단하는 일 같은 건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가끔은 어쩔 수 없이 판단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좀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래, 피 색깔이 뭐냐는 거랑 비슷한 얘기일까. 물론 실제로 내 피의 색깔이 붉은색이 아닌 다른 색일리는 없다. 그냥 상징적인 표현일 뿐이지. 내가 무슨 색깔의 피를 가졌든 나는 발렌시아의 팬이고, 발렌시아를 응원하고, 발렌시아를 지지한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지만, 그 정도로, 라는 의미의 표현이랄까.

    그리고 팬이라는 건, 말 그대로 팬이니까. 도무지 냉정해지려고 해도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나 플레이에 대한 비판, 팀의 정책에 대한 비판 같은 걸 못한다는 얘기는 아니고. 무슨 일이 있던지간에 지는 건 도저히 눈 뜨고 못 보겠다는 거라든가, 아무리 짜증나는 경기 내용이라도 일단 이기기를 바란다는 거라든가. 비슷한 말이지만 이기면 장땡, 이런 거랑은 좀 다르다. 어찌됐든 일단 이겼으면 하긴 하지만, 그 후에는 경기 내용에 대해서 신나게 까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거든. 그리고 나 같은 경우는 특정팀이 유난히 신경쓰여서 짜증스러울 정도라는 부분도 있다. 그냥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거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팀' 을 응원한다는 점. 누군가를 위해서 그 팀을 응원하는 게 아니라는 거랄까. 물론 처음에는 안 그랬다. 어디까지나 카니자레스라는 골키퍼의 소속팀으로서 발렌시아를 알았고, 한동안은, 아마, 발렌시아보다 우리 카니님이 우선순위였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여전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카니님이지만, 그래도 발렌시아가 우선이라는 점은  단언할 수 있다. 그렇다고 선수팬을 싫어하진 않는다. 어느 한 선수를 보고 발렌시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나도 마찬가지인데다가, 언젠가는, 그 어느 선수의 팬이든 발렌시아라는 팀 자체를 좋아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니까. 아니어도 뭐, 별로 상관은 없다. 누가 어디를 혹은 누구를 좋아하거나 응원하는 문제에 대해서 신경쓰고 참견할 만큼 오지랍이 넓은 사람이 아니라서.

    갑자기 이런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계속 듣고 있는 이 곡 때문이겠지. 블로그 메인 사진 위쪽에 박아놓은 오렌지 색깔의 글자들이 사실은 계속 리플레이 되고 있는 이 곡의 가사다. 언젠가 블로그에도 올렸던 적이 있었던 것 같으니 다시 올리는 일은 안하겠지만. 한동안 가사 찾아보겠다고 엄청 고생했던 기억이 나기도.

    어쨌든, 뭐, 나는 그렇다. 감독이라는 사람은 강등이 어쩌고 저쩌고 하고 있고, 또 그게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라는 사실도 그렇고, 우리 리그 순위도 그렇고. 굉장히 짜증나고 우울하긴 하다.솔직히 발렌시아를 응원한 이래로 이런 시즌은 처음 겪는 거니까. 언제나 라니에리 시절이 최악의 시즌이었고, 앞으로도 그럴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좋은 교훈도 하나 얻었다.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혹은 일어날 거라는 상상도 안했던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질 수 있다는 거. 게다가 이건 개인적으로 더이상 악화되지 않길 바라던 감정 중 하나였는데 특정국가 출신 선수들에 대한 악감정이 더 커진 시즌이기도 하다 -.-

    그래도 늘 희망은 있다. 입 밖으로 내지 않아도, 글로 표현하지 않아도. 늘 그렇듯이 내가 하고싶고 할 수 있는 말은, Amunt, 밖에 없는지도 모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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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銀_Ry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