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이제 알비셀레스테의 리켈메는 이제 못보는 건가. 아무리 아쉬워해도 소용없는건가? 한 번 꺼낸 말을 쉽게 바꿀 사람도 아니니. 물론 바꿔주었으면 좋겠지만. 지난 브라질과의 친선전 이후, 아르헨티나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브라질에게 패했으니 원래도 매몰찬 언론에서 뭐라고 두들겨댔을지 충분히 상상이 된다. 특히 캡틴이었던 리켈메가 아마 집중포화를 받았을테고. 뭐 굳이 캡틴이 아니더라도 지금의 알비셀레스테는 리켈메의 컨디션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부진하면 무조건 제일 욕 먹는 건 리켈메가 될 수 밖에 없지만. 그냥 친선경긴데, 뭐- 하고 부득부득 이 갈면서 눌러참는 나 같은 해외팬들하고는 차원이 다른 수준일테지. 게다가 일방적으로 경기 내용까지 참혹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

어쨌든 어머님의 건강이 혹여 자신의 대표팀 경기에서의 부진에 대한 혹평으로 인해 악화(될 정도로 두들겨대는거라면 언론이 문제 있는거 아닌가. 그렇게 애꿎은 선수들 욕 실컷 해주고나면 당장은 뭔가 졌다는 사실에 대한 위로가 될런지 모르겠지만 당신들은 지금 대들보를 잘라낸거야.)될까 걱정할 정도이니까, 앞으로 또 그런 일로 인해 그 어떤 잡음도 생기지 않도록 단호하게 잘라내는 걸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걸테지. 그 외에 어떤 방법이 있었을까, 그에게.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어머님께는 물론이거니와, 알비셀레스테에게도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혹자는 이기적이라며 그를 몰아세우지만 그는 자신이 없는 알비셀레스테 또한 믿고 있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만에 하나 자신으로 인한 공백이 문제가 된다면 하루라도 더 그 공백을 채울 시간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고.

후안 로만 리켈메. 이 굴곡 많은 재능있는 선수에게, 28살, 축구선수에게 있어서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나이임에도, 늘 꿈꾸던 10번
(늘 달 수 있는 번호는 아니지만, 그래도 당신에게는 월드컵이라는 그 커다란 무대에서 허락된 번호였다.)과 이제 막 그의 팔뚝에 채워진 주장 완장, 알비셀레스테이기를 스스로 포기한다는 결정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나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항상 꿈꿔왔던 것들을 포기한다는 게 어떻게 쉬울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을리가 없다. 가족과의 양자택일이라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만 하는 것일지라도 결코 그 결심이 쉬웠을리가 없는거다. 하물며 누가
뭐라고 해도 알비셀레스테에서의 리켈메의 자리는 다른 대표팀의 그 어느 누구보다도 확고했으니까.

뭐, 사실 까놓고 말해서 '리켈메의 아르헨티나' 류의 말 같은 거,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싫어한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겠다. 아르헨티나는 아르헨티나일뿐이지, 그 어느 누구의 무언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그런 나라도 지금의 아르헨티나에게 있어서 리켈메와 리켈메가 달고 뛰었던 '10번' 의 의미 정도는 잘 알고 있다. 확실히 지금의 알비셀레스테는 리켈메 중심의, 그에 의한 팀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으니. 하지만 그 리켈메 중심으로 돌아간 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가 없는 알비셀레스테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거고,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 후에 내린 것임에 분명할 그의 결정을 '이기적' 이라는, 나에게 쓸 자격이 주어지지 않은 단어를 이용해 빈정거릴 수 없는거다. 다만 내가 가진 아쉬움은 리켈메라는 선수를 마음껏 응원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던 알비셀레스테 속 그의 자리를 잃게 되었다는 것. 더이상 내가 사랑하는 아르젠틴들 속에서 그를 볼 수 없다는 사실. 이젠 치열한 발렌시아더비전에서나 보게 될 그의 환상적인 플레이에 대해서 더 이상 칭찬하거나 감탄하고 싶지 않을거라는 것. 그리고 그 와중에도 어쩌면 그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줘야만 했던 아이마르에 대한 생각을 저도 모르게 하고 있는 내 이기적인 마음조차도 아쉬움이다.

정말, 이번 여름 아르젠틴들 덕분에 단단히 속앓이한다. 가을로 접어드는 이 순간에조차도. 왜 이렇게 이 사람들은 지켜보고 있는 게 힘이 드는지. 이 카테고리에 쓰여지는 내용들이 유쾌한 게 하나도 없어 ㄱ- 친선전이라도 이겼었다면 신나서 썼을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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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銀_Ry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