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바쁘게 지내느라 생일을 그냥 지나쳐버려서 어쩐지 미안한 마음에 뒤늦게나마 끄적끄적. 우리 비센테, 25살이 된 걸 축하해요 ^_^b(이거 쓰다보니 또 한가지의 미심쩍음. ....바라하님 생일도 극히 얼마전이었던 것 같다-.-;;;;;) 위의 매우 흐뭇한 사진은 발렌시아 공식홈에서 가져온 것.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전에서의 한 컷. 동점골을 넣고 한껏 신나있는 우리 귀염둥이(진짜 우리 비야 활짝 웃는 모습이 너무 이쁜거다 ㅠㅍㅠ 나 왜 비야만 보면 이렇게 미칠 것 같이 좋은거지 ㅠㅠ)와 비센테. 생일은 비센테가 5개월 정도 빠르지만 어쨌든 두 동갑내기가 어울려있는 사진이 꽤 많아서 나로서는 그저 행복한거다 '_' 잇힝.
비센테는 사실 월드컵과는 꽤나 연이 없는 편이다. 내가 처음 비센테를 본 건, 내가 처음 발렌시아를 좋아하게 된 00/01 시즌으로 그에 대한 첫 인상은 조금 잘하는 젊은 레프트 윙어, 딱 그 정도였다. 정말로 그는 제법 잘하는 선수였다. 내가 처음 발렌시아를 좋아하게 되었던 그 해에, 발렌시아니스타가 된 비센테. 지금은 다른 어떤 선수들보다도 그 해에 입단한 선수들에 대한 내 애정이 크다는 걸 부인하지 못하지만, 확실히 당시엔 비센테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웃음) 발렌시아니스타가 아니었다면 그에 대한 내 관심이 어땠을지 잘 모르겠을 정도로. 그리고 2002년 월드컵에 그는 동갑내기인 호아킨이 함대에 승선한 것과 다르게 함대의 승선에 실패했다. 그렇지만 이번 월드컵에 그가 탈락한 것과 관련해 내가 아쉬워한 것에 비교한다면 당시는 조금도 아쉬워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였을거다. 단지 당시 생각했던 건, 선수에게 있어서 자신을 믿어주고 아껴주는 감독을 만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라는 것 정도였다. 비센테에게 있어서 카마쵸가 그렇지 않은 감독이었던 것은 불행이지만 당시 발렌시아의 감독이었던 베니테즈가 그러한 감독이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덕분에 비센테는 처져있기만 하진 않을 수 있었던 것 같고.
그렇게 월드컵이 끝나고 02/03 시즌, 베니테즈는 비센테를 기용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비센테는 킬리를 제칠 정도의 실력을 가진 선수가 결코 아니었고, 나는 오히려 비센테를 썩 좋아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당시 발렌시아는 재정상의 문제로 킬리를 방출하려고 했으나 실패에 그쳤고 킬리는 여전히 발렌시아니스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니테즈는 과감하게 비센테를 기용했고(물론, 킬리의 부상 문제도 있었다), 그는 그 전, 그 전전 시즌보다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독보적인 날개는 아니었다. 하지만 비센테는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던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플레이에 환호하던 기억이 남아있으니까. 당시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발렌시아는 정말로 좋지 않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지만, 뭐, 썩 나쁘지 않았었던 것 같다. 지금의 비센테를 얻었으니까. 그리고 03/04 시즌, 나는 그렇게 화려한 시즌을 보내면서 비센테 로드리게스라는 우리 왼쪽 날개를 사랑하기 시작했다(웃음)!!! 뭐, 스페인의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인정할거라고 생각하지만 비센테는 발렌시아 부동의 레프트윙인걸로 모자라서 스페인 최고의 레프트윙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으니까. 덧붙인다면 지금은 발렌시아를 떠나 리버풀에 가 있지만,난 여러가지 의미로 베니테즈에게 한 사람의 감독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경의를 표한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지금까지도 그는 정말로 멋진 감독이다.
그리고 비센테가 함대에서 가장 멋진 활약을 보여줬던 유로 2004, 사실 내게는 그다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대회지만(물론 포르투갈에게 졌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늘 꿈꾸던 좌센테-우아킨의 환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건 유일한 기쁨이었다. 카마쵸가 비센테를 외면했던 것처럼 사예스는 호아킨을 그다지 중용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도 내가 꿈꾸는 함대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왼쪽 날개로 비센테가, 오른쪽 날개로는 호아킨이 뛰는 함대를 원하고 원한다. 당시 내가 썼었던 글을 보면 이렇게 쓰여져있다.
내가 비센테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동료를 살려주는 비센테의 플레이는 산산조각 나 있는 상태의 함대를 끌고 나갈 수 있는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나로 쉽게 뭉쳐지지 않는 함대이기 때문에 비센테는 반드시 함대에 필요한 선수라고도.
이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호아킨이 단 하나의 플레이로 상대의 수비벽을 무너뜨리고 경기의 흐름을 순식간에 돌려놓을 수 있는 선수라면, 비센테는 자신이 뚫지 못할 경우엔 동료를 이용해서라도 기어코 뚫어내는 타입의 팀플레이에 적합한 선수니까. 뭐, 그렇기 때문에 이번 월드컵에 비센테가 '부상' 을 이유로 승선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정말 마음이 아팠다. 똑같이 부상을 이유로 장기간 쉬어야했던 샤비는 회복 후 곧바로 승선했다는 것과 비교해보아도 비센테의 아웃은 안타까울 따름. 2002년과는 전혀 수준이 다른 아쉬움이다. 그 전에 유로2008이 있지만, 내가 기다리는 건 2010년의 남아공 월드컵. 그 때가 되면 비센테는 29살이 된다. 그 땐, 부상 없이, 슬럼프 없이 멋지게 함대에 승선할거라고 믿는다. 월드컵 커리어가 없는 선수는 언제나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기기 마련이고, 스페인의 멋진 선수들은 늘 그로 인해 평가절하 받는다. 어쨌든 비센테가 주축이 되어서 뛰어줄 남아공 월드컵은, 비센테 개인에게 있어서뿐만 아니라 그런 의미에서라도 멋진 결과가 그들에게 주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비센테의 이야기로 시작을 했지만 귀결은 함대 이야기 -.- 내가 그렇지 뭐. 어쨌든 당장 앞에 놓인 이번 시즌과, 챔피언스 리그, 그리고 유로 2008. 모두 비센테가 멋지게 활약해주기를 바라면서 끝 마무리해야겠다. 잇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