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딱히 어느 한 쪽을 응원하면서 본 경기는 아니었는데 경기를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프랑스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지더라. 브라질을 썩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런걸 다 제쳐놓고 그냥 놓고 보고 있기만 해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는거다. 그들이 보여주는 묘기에 경탄을 하고 탄성을 지르는 일은 자주 있지만 진심으로 그 '승부'에서 그들이 '승리'하기를 원했던 적은, 사실,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심지어 일본전에서조차도. 뭐 그런 건 둘째치고서라도 어제 밤을 꼴딱 새면서까지 경기를 본 보람을 준 것은 지네딘 지단, 매 경기가 은퇴 경기라는 심정으로 뛰고 있을 그 선수였다. 조별 예선에서 보여주던 무기력한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스페인과의 16강전이야 당연히 뭘 하든 곱게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지단의 플레이에 대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지만. 어쨌든 그와 같은 시대를 살면서 그의 축구를 볼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후대의 누군가가 우리를 부러워할지도 모른다라는 누군가의 감상에 조금 더 공감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디 스테파뇨와 마라도나의 시대를 지켜본 그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것처럼.

2. 호아킨의 인터뷰 해석을 끝내고 지금은 제라드의 인터뷰를 해석하는 중인데, 마찬가지로 아쉽지만 제라드 역시 월드컵의 무대에서 내려와버렸는지라 월드컵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나오는 인터뷰를 읽으면서 좀 마음이 쓰리다. 마찬가지로 쉐바의 인터뷰는 아예 읽어보지도 못하고 있다; 물론 쉐브첸코의 경우는 좀 다르겠지만서도. 얼른 제라드 인터뷰 끝내고 가투소(..)나 칸나바로 연재물이나 작업해야겠다.

3. 또 며칠 소강기간. 버티기 좀 힘들거 같은데. 끄앙. 열정적으로 응원하던 팀이 없어졌다고 해서 월드컵 경기를 보지 않겠다고 하는 건 역시 나한테는 좀 무리다. 오히려 중간 입장으로 경기를 보는 게 더 편안하기도 한데다가 진짜로 흥미로운 대진이잖아,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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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銀_Ry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