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레티코가 클럽 사상 처음으로 “더블” 을 달성했던 것은 1995-96 시즌. 그 후로 11년――. 아직 어느 하나도 타이틀을 따낸 적이 없는 페르난도 토레스는 서포터로서 맛보았던 당시의 감동을 이번에는 선수로서 맛보게 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유럽 대회 출장권을 따내는 것이 우리들의 최대 목표예요.
월드 사커 다이제스트(이하 WSD) 조금 빠르지만 2006년을 간단히 돌아봐줬으면 좋겠어요. 어떤 한 해였죠?
페르난도 토레스(이하 토레스) 월드컵이라고 하는 커다란 무대를 처음으로 경험할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충실했던 1년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아직 한번도 클럽 레벨에서 유럽에서의 컨페티션을 경험해보지 못했죠. 그래서 세계 톱 레벨의 선수들과 대전할 수 있었던 것은 무척 귀중한 체험이었어요. 그리고 조금이나마 나라는 존재를 세계에 어필할 수도 있었죠. 욕심을 얘기한다면 좀 더 많은 경기를 하고 싶었지만 4경기에 출장해서 3골을 넣었으니까 그 나름대로는 만족하고 있어요. 대회 후에는 무사히 아틀레티코와의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고, 모든 것이 순조로웠지요.
WSD 그러고보니 잔류를 할 것인지, 이적을 할 것인지에 대해 확실히 정해두지 않은 채 대회에 임했었죠? 대회 기간 동안 경기에 집중하는 일이 힘들지 않았나요?
토레스 그렇지도 않았어요. 독일에서는 월드컵이라고 하는, 축구 선수에게 있어서 가장 큰 이벤트를 즐기자, 라고 그것에 대해서만 생각했으니까요. 게다가 만약 이적을 하게 되었더라도 선수 등록 마감은 8월 31일까지잖아요? 그래서 전혀 초조하거나 하지 않았죠. 대회 기간 동안 내 자신의 장래에 대해서 걱정했던 일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WSD 라이벌인 마드리드는 지난 여름에 회장 선거를 했었죠. 페르난도의 영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후보자들도 몇 명인가 있었던 것 같은데 마드리드로의 이적을 생각해본 적은 있나요?
토레스 설마요!! 마드리드라고 하는 클럽에는 경의를 표하지만, 그 클럽으로의 이적을 생각해본 일 같은 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어요.
WSD 지난 여름엔 토튼햄, 인테르, 밀란, 그리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부터도 오퍼가 있었죠. 그런데 어째서 잔류라고 하는 길을 선택한 건가요?
토레스 당시엔「이미 런던에 집을 사놨다는 것 같다」같은 소문도 떠돌았었죠. (웃음) 제가 아틀레티코에 남은 건 이 클럽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사랑하고 있고, 아직 하지 못한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예요. 지금 팀은「유럽 컨페티션을 다투자」라는 목표에 앞으로 조금이면 손이 닿을 것 같은 위치까지 와 있어요. 우선은 그 목표를 달성해내지 않으면 안되겠지요. 물론 팀에 남은 것을 후회한다거나 하지 않구요, 이적을 하고 싶었다면 진작에 했을거예요.
WSD 2008년까지였던 계약을 겨우 1년 밖에 연장하지 않은 건 어째서인가요? 22살이라는 나이를 생각한다면 좀 더 장기 계약을 맺었어도 괜찮았을거라고 생각하는데…….
토레스 장기 계약은 좋아하지 않거든요. 제 나이에서 10년짜리 계약에 사인을 해버린다면 장래에 대해 걱정을 할 필요성이 사라지게 되는 반면, 위기감이나 긴장감을 잃어버릴 수 밖에 없게 되겠죠. 자기 자신에게 매일같은 노력에 대한 의무를 갖게 하기 위해서도 계약 기간은 짧은 게 좋아요.
WSD 그럼 이적을 할 경우에 발생하게 되는 위약금(바이아웃 금액)의 액수를 9000만 유로에서 절반 이하인 4000만 유로로 낮춘 건 어째서인가요? 서포터들은「곧 아틀레티코를 떠나게 되는 게 아닐까」라고 걱정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실제로 바이아웃 금액의 액수를 낮춘 것에는 어떤 목적이 있는건가요?
토레스 우선 팬들에게 말해두고 싶은 것은, 제 자신이 아틀레티코에 만족하고, 클럽이 저의 퍼포먼스에 만족하고 있는 한 이 곳에서 움직일 생각은 없다는 것. 바이아웃 금액을 줄인 건 만약 제가 클럽에 대해 불만을 가지게 되었을 때, 잔류할 것을 강요당하지 않기 위해서예요. 앞으로 출장 기회를 잃게 되는 일이 생긴다면 저로서도 플레이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서 이적을 원하게 되겠죠. 그럴 때, 9000만 유로를 지불할 클럽은 없다는 이유로 ‘강제로 남아’ 있게 되거나 한다면 참을 수 없으니까요. 이적에 대해선 저와 클럽, 양 쪽에 모두 메리트가 되는 오퍼가 온다면 검토를 해보겠지만, 적어도 계약이 종료되는 2009년까지는 이 곳에 남을 작정이예요.
WSD 그럼 그때까지는 리가에서 우승을 해보고 싶겠군요.
토레스 확실히 그렇죠. 하지만 당면의 목표는 다음 시즌 유럽 대회의 출장권을 따내는 거예요. 그것을 달성해내지 못한다면 아틀레티코에게 있어서 이번 시즌은「대실패의 시즌」이 되어버려요. 챔피언스 리그의 출장권(4위 이내)을 얻어낼 수 있다면 최고겠지만, UEFA컵(5, 6위)이어도 물론 괜찮아요. 그 목표를 이뤄낸다면 그 후 3~4년은 선수단을 많이 건드리지 않고, 보강도 한 시즌에 한사람이나 두 사람, 빅 네임을 추가하는 정도로 하는거죠. 그렇게 된다면 분명 어떤 타이틀이라도 노릴 수 있을만한 최강의 팀이 완성될 수 있을거예요.
아구에로는 진정한 프로 전사. 선발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묵묵히 훈련에 힘쓰고 있어요.
WSD 이번 시즌의 리가 에스파뇰라는 어디가 우승할 거라고 생각해요?
토레스 가장 타이틀에 근접한 것은 역시 바르샤가 아닐까요. 전력(戰力)의 밸런스도 갖추고 있고, 팀으로서의 완성도도 높아요. 거기다 곧 에투와 메시도 복귀할 것 같구요. 하지만 2위 이하는 대접전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 정도로 세비야, 마드리드, 발렌시아의 실력에는 큰 차이가 없으니까요. 아틀레티코에게 있어서 장애물인 것은 홈에서 좀처럼 이기지 못한다는 거겠죠. 어웨이에서는 바르샤와 같은 15점(1월 7일 현재, 4승 3무 1패)을 얻어내고 있고, 실점도 리그 최소(4실점)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홈에서는「절대로 지면 안된다」라는 초조함 때문인건지 그다지 좋은 게임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실제로 지금까지 벌써 13점이나 어이없이 잃어버렸죠(4승 2무 3패).
WSD 리가 우승은 꽤나 높은 허들이 있는 미션이지만 코파 델 레이는 어때요?
토레스 가능성은 많이 있다고 생각해요. 역사적으로 봐도 코파 델 레이는 아틀레티코와 굉장히 잘 맞는 토너먼트니까요. (과거에 9회 우승) * 하지만 이미 16강전에서 패배했죠, 끙.
WSD 페르난도 본인은 지금까지 5골을 넣고 있어요. 이 성적에는 만족하고 있어요?
토레스 조금 부족하죠. 다만 이번 시즌에는 저 외에도 골을 넣어줄 선수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아구에로나 마니셰 같이요. 게다가 포워드인 선수에게 득점만이 요구되는 건 아니예요. 최전방에서부터의 수비, 동료에 대한 지원,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겠지만 그런 역할들도 포함해서 평가받을 수 있다면 고마울 것 같네요.
WSD 그럼 이번엔 캡틴으로서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은데, 선수들은 아기레 감독의 지휘에 만족하고 있나요?
토레스 그렇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의 결과를 봐도 감독의 방식이 옳다는 것이 확실하게 증명되고 있고, 막시나 페트로프가 부상으로 아웃되는 불운 속에서, 이렇게 상위에 따라붙고 있으니까요. (17라운드 종료 시점에서 6위)
WSD 아기레 감독의 장점을 한가지 얘기해본다면요?
토레스 선수와의 대화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부분일까요. 주전 선수들과도, 그렇지 않은 선수들과도 그는 차별하지 않고 정말로 자주 이야기를 나눠요. 지금 팀이 굉장히 좋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것도 감독 덕분이니까요.
WSD 오사수나와 아틀레티코에서는 요구하는 것들이 전혀 다를텐데 아기레 감독은 그 변화에 확실하게 대응하고 있나요?
토레스 여기선 때때로 감독은 심한 비판을 참아내면서 지휘를 맡지 않으면 안되죠. 하지만 아기레 감독은 냉정함을 잃지 않고 정말로 잘해나가고 있어요. 이 클럽의 역사가 갖는 무거움이라고 하는 건 안에 있는 사람 외에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상당한 압박이거든요. 우리들은 그 역사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결과를 매일같이 요구받고 있어요.
WSD 아기레 감독의 지휘에서 가장 의문시되고 논쟁이 되었던 것은 아구에로의 기용법이죠. 이번 시즌 가장 주목을 받고 있던 선수이기도 한 그를 상당 기간동안 선발로 출장시키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 페르난도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최근엔 드디어 선발로 정착한 듯 보이긴 하지만요…….
토레스 분명, 감독에게는 감독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판단했을지, 젊을 재능을 주위의 압박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였을지, 천천히 성장시키자고 생각했을지, 진짜 이유는 저도 모르지만요. 다만 한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세르히오(아구에로)는 멋진 선수인 것과 동시에 진정한 프로페셔널이라는 것. 완전히 서브 취급을 받았던 시즌 초에도 그는 감독에게 불만을 드러내지 않고 매일같이 묵묵하게 트레이닝에 힘을 쏟았어요. 원래대로라면 불만 한마디 정도는 얘기하고 싶어질 상황이었는데 말이죠.
WSD 이것도 아구에로의 기용방식과 연결되는 이야기인데, 원톱과 투톱, 페르난도 본인은 어느 쪽이 더 뛰기 편한가요? 개인적으로는 투톱일 때가 더 좋은 축구를 하는 것 같이 보이지만요.
토레스 투톱일 때가 많은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해요. 하지만 이 팀에는 최전방에 포워드를 두 명 세워두면 극단적으로 공 점유율이 저하되는 나쁜 경향이 있어서요. 그래서 통틀어보면 어느쪽이 좋은지는 말할 수 없어요. 부상자들이 돌아온다면 전술도 바뀌게 될테구요.
WSD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는데, 아틀레티코는 길었던 침체기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고 얘기해도 괜찮은건가요?
토레스 빛나는 미래를 향해서 드디어 첫 번째 발을 내딛었다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95-96 시즌에 서포터로서 맛봤던 그「더블」(리가와 국내 컵대회 2관왕 달성)의 감동을 아직까지도 잊어버릴 수가 없어서요. 그 감동을 다시 한 번, 이번에는 선수로서 맛보고 싶다고 하는 것이 지금의 제 첫 번째 꿈이예요.
유로 예선은 앞으로 9경기. 확실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반격할 시간은 충분히 있어요.
WSD 이번 크리스마스 휴가는 아르헨티나에서 보냈다는 것 같던데요. 그 아르헨티나에서는 한 때 팀 동료였던 시메오네가 이끌고 있는 에스투디안테스가 리그 우승을 했는데, 만약 그가 감독으로서 아틀레티코에 복귀한다면 역시 기쁜가요?
토레스 지금은 아기레 감독에게 충분히 만족하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그렇게 된다면 최고겠지요.
WSD 시메오네도 페르난도도 아직 젊으니까 실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나요?
토레스 사실은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게다가 그 자신도「언젠가 감독으로서 아틀레티코의 벤치에 앉고 싶어」라고 말하기도 했구요. 어찌됐든 감독이 되고 채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리그 제패를 이뤄내다니, 역시 굉장한 사람이예요, 쵸로는. * 쵸로는 시메오네의 애칭입니다 :)
WSD 스페인 대표팀에 대해서도 조금 물어보고 싶은데, 2006년의 마지막 경기(11월 15일 루마니아전 / 친선경기), 페르난도는 소집 리스트에서 제외되어버렸죠. 2004년에 아라고네스 감독이 부임한 이래 처음이었는데, 곧 그런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나요?
토레스 솔직히, 충격이었어요. 하지만 저도 프로이고, 우리들이 있는 곳은 결과가 모든 것인 세계죠. 그러니까 자신에게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이번에 불려가지 못했다면, 2월의 친선경기(잉글랜드전)에선 선발될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것 뿐이다.」라구요.
WSD 왜 멤버에서 제외되었는지 감독에게 직접 설명을 요구한다던가 하지는 않았어요?
토레스 설마요. 저는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 아니고, 선발되었을 때에는 그 이유를 물어본 적이 없으면서 선발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이유를 묻는 것과 같은 행동은 할 수 없어요.
WSD 페르난도뿐만이 아니라 지금은 라울도 대표팀에서 제외되어 있어요.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죠?
토레스 똑같은 얘기를 하게 되는데, 저는 감독이 결정한 일에 대해서 의견을 얘기할 수 있는 입장에 놓인 사람이 아니예요. 그래도 한가지 말 할 수 있는 건, 최근 스페인 대표팀의 부진이 라울 한 사람의 책임은 결코 아니라는 것. 하지만 최근에는 그도 상태가 좋아지고 있는 것 같고, 대표팀에도 곧 복귀할 거라고 생각해요.
WSD 그렇다고는해도 3경기를 마친 지금 1승 2패로, 이번의 유로 예선은 갑자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져버렸어요.
토레스 아뇨, 예선은 아직 9경기나 남아 있어요. 출발에선 실패해버렸지만, 반격할 시간은 충분히 있죠. 그를 위해서도 우선은 3월에 있을 두 개의 홈 경기, 이것을 연승으로 이끌지 않으면 안되겠죠. (24일에 덴마크, 28일에 아이슬란드와 경기) 이 두 시합을 가져올 수 있다면 그 다음부터는 자신감을 가지고 싸워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철이 들었을 무렵부터 스페인 대표팀은 월드컵이나 유로 같은 큰 토너먼트의 단골 손님이었어요. 유로를 델레비전으로 본다는 것 따위 생각할 수 없죠.
WSD 시간도 거의 다 되었으니까 이것을 마지막 질문으로 할께요. 지금은 스페인 국내에서 페르난도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죠. 길거리에서 팬들에게 둘러쌓이는 일도 적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유명인이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요?
토레스 이 일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아요. 확실히 사적인 시간은 거의 없어져버렸지만, 돌이켜본다면 저도 어렸을 때 동경하는 선수를 보게되면 자주 사진 촬영이나 사인을 요청했었거든요. 그러니까 가능한 한 팬들의 요구에는 응해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단지…….
WSD 단지?
토레스 만약 단 하루만 평범한 22살이 될 수 있다면, 무엇과 바꾼다고 해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을지도요. (웃음)
음, 발렌시아와 관련이 없는 포스팅은 꽤 오랜만이네요. ...랄까 바쁘다고 하자마자 급여유가 생겨서 이런 느긋한 포스팅을 하고 있습니다 '3'~ 사실 그간 스페인 선수들 인터뷰는 종종 제가 읽기 위해서 번역을 했었는데 왠지 올리기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관뒀었거든요. 줄기차게 발렌시아에 대한 것들만 써댔으니 저 스스로부터가 되게 뜬금없다고 생각한거죠. 제 블로그인데도 -.-;; 뭐 여튼 그런 어색함쯤이야 가뿐하게 제껴낼만큼 토레스 인터뷰가 마음에 들어서요. 아직 많이 어린데도 불구하고 말하는 걸 보면 늙은이죠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아르마다의 페르난도 토레스라서 좋네요.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 멘트가 사실,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이야, 전국구스타는 이래서 괴로운 거군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