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들 아실만한 이유로 인해 조금 흐트러진 마음을 가다듬고 마침 일본어로 올라와있던 비센테 인터뷰를 번역했습니다. 비록 이 녀석도 그다지 저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지 못하는 상태이긴 하지만요. 그래도 늘 자신감 넘치는 비센테스러움에는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는군요. 저도 비센테가 인테르전에서는 꼭 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비센테「헤타페와 바르셀로나를 넘는 것은 리가 챔피언을 향한 일보전진이다.」
비센테 로드리게스는 자신의 현재 상태를 기자 회견에서 발표하고 근육에 부상을 입었다는 것을 보고했다. 또한 리가에서 챔피언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헤타페와 바르셀로나에게 이겨야만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현재의 발렌시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있다.「우리는 현재의 레벨을 유지할 수 있고 앞으로도 싸워나갈 수 있다. 피지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충분히 힘이 남아있다. 단결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마지막까지 타이틀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개인적인 상태
「부상 때문에 앞으로 4경기는 플레이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귀찮은 문제여서 걱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번도 근육에 부상을 당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조금 침울해져 있지만, 유일하게 남아있는 길은 훈련을 하고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 뿐이다. 지금은 발목의 상태는 좋지만 다른 문제가 생겨서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재활 기간
「모르겠다, 나는 의사가 아니니까. 하지만 2, 3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들었다. 그 기간 안에 복귀하고 싶다. 인테르전에서 플레이 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것들을 할 것이다. 하지만 리스크를 무릅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작은 상처가 커다란 부상으로 번지게 될 염려도 있으니까.」
열쇠가 될 경기
「우리들은 상위권에 있기 때문에 모든 경기가 열쇠가 된다. 타이틀 경쟁을 해서 챔피언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헤타페와 바르샤를 넘어트린다면, 리가 챔피언을 향해 크게 한 발자국을 내딛는 일이 될 것이다.」
무관중의 인테르전
「그런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챔피언스 리그에 직접 영향을 끼칠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무관중 경기가 된다면 우리들에게는 긍정적이겠지. 압박을 덜 받게 될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챔피언스 리그를 무관중으로 한다는 것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인테르에게 관심은 있지만 두려움은 없다.」
헤타페에게 리벤지
「코파 델 레이에서는 2 - 4 로 한 방 맞았다. 실제로 조금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에 이긴다면 좋은 리벤지가 될 것이다.」
리가의 챔피언 경쟁을 위한 힘
「발렌시아는 레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발렌시아에게는 아직 충분한 힘이 남아 있다. 정신적으로도 피지컬적으로도 좋은 상태다. 우리는 단단히 뭉쳐서 마지막까지 타이틀 경쟁을 해낼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2 결국 파비안씨, 올 시즌을 마치고 비야레알로 가시게 되었네요. 덕분에 평생 한 번 갈 일이 없었던 비야레알 오피셜 사이트까지 갔다왔습니다. 여기서 그렇다고 하면, 그런거겠지요. 3년 계약. 30살이 넘은 선수들에게 있어서 계약기간 1년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본다면 비야레알과의 계약을 선택한 게 이해가 되기는 됩니다. 머리로는요. 아마 연봉도 우리가 주겠다고 한 것보다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도 않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결국 이렇게 되어버리고 말았네요. 저는 언제나 파비안씨가 남아주길 바랬고, 사실 아직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발렌시아의 4번, 로베르토 파비안 아얄라를 보는 건 이번 시즌이 마지막. 아직 몇 달 남았네요. 어쨌든 파비안씨에겐 어떤 식으로든 아직 발렌시아에서 할 일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동안 고마웠다거나 수고했다거나 하는 얘기는 좀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키케가 다른 팀으로의 이적이 결정된 선수를 스타팅으로 계속 기용할지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렇다고 해도 파비안씨가 해이해진다거나 엉망진창으로 뛴다거나 하진 않을거라고 생각하니까요. 오히려 미래에 대한 결정을 한 이상 더 나아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그런 사람이니까요, 파비안씨는. 물론 서운함이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서운함은 단 한가지, 이적하는 곳이 비야레알이라는 것 뿐입니다. 덕분에 다음 시즌부터 파비안씨가 그 곳에서 정말 잘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뭐 그렇습니다. 그 다음 이야기는 접어둡니다.
아얄라를 위한 변명일지도 모르겠네요.
구단, 특히 재계약 교섭 당사자였던 카르보니에게는 화가 납니다. 서운하고, 불만도 할 말도 많습니다. 선수에 대한, 그것도 오랜 기간 팀을 위해서 헌신해 온 선수에게 그런 불공평한 대접을 한다는 자체가 저는 화가 납니다. 선수를 대하는 태도가 글러먹었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네요. 나이니, 연봉이니 하는 숫자들보다 분명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캡틴이 얘기했듯이 돈 한두푼의 문제가 아닌겁니다. 물론 이렇게 선수 하나를 떠나보내고 만족스러운 새로운 선수를 데려온다면 카르보니에 대한 생각이야 바뀌게 되겠지요. 하지만 결코 잊어버리지는 않을 겁니다. 이런 게,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기는 시행착오들이라면 너무 아프고, 너무 커다랗고, 너무 치명적입니다.
지난 시즌이 끝난 직후 회장에게 직접 2년 연장에 연봉 유지라는 구두약속을 받고, 그걸 신뢰했던 아얄라가 월드컵이 끝나고 복귀한 후에 카르보니에게 제시받은 계약은 1년 연장에 연봉삭감이 들어있는 것이었겠죠. 그 이유는 30살이 넘은 선수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말해볼까요. 카르보니는 아얄라를 '발렌시아의 포백리더이자 중추, 월드컵 베스트 11에 당당히 포함된 세계 탑 클래스의 센터백' 이 아니라 '그저 33살의 나이든 선수'로 취급한 겁니다. 그렇게 아얄라는 한순간에 발렌시아에 기여해 온 모든 것들과 자기 자신의 클래스를 송두리채 부정당했습니다. 아마 그렇게 느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게 배신감이겠죠.
기본적으로 카르보니가 이야기하는 '노장 선수와의 재계약에 대한 방침' 에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게 정착이 되고 선수들 역시 암묵적으로도 명시적으로도 인정하는 구단의 방침으로 이해를 하게 되는 시기가 된다면 이런 문제는 다시 생기지 않겠지요. 그런 방침에 납득하고 계약을 맺거나 문제가 생기기 전에 떠난다거나 할테니까요. 아얄라의 문제는 그 방침이 선수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전이라는 것과, 재계약 시기가 그 방침이 생기기 전과 후에 걸쳐져 있기 때문에 생긴거겠죠. 구두약속을 받았던 시기에는 카르보니가 스포츠 디렉터가 아니었고 당연히 그런 방침 또한 존재하지 않았었으니까요.
하지만 카르보니는 막무가내로 자신이 새로 만든 방침을 기존의 선수들에게 무조건적으로 강요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카르보니에게는 선수들이 단순하게 33이니, 37이니 하는 '숫자'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우리 선수들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나이가 문제가 되는건 나이를 먹어 체력이 떨어지고 실력이 부족해질 경우 뿐이라는 사실을 제일 잘 알고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카르보니 본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서 더더욱 카르보니의 이런 독선적인 행동을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다시 아얄라의 문제로 돌아가볼까요. 굳이 제가 일일히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재계약이라는 것은 일종의 보상이고 인정이며 합당한 대우를 해준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 이라는걸요. 33살. 숫자로만 판단한다면 확실히 노장이라고 할 수 있는 나이가 맞습니다. ㅡ물론 철저한 자기관리만 있다면 33살 이후로도 클래스를 유지하는 선수들은 충분히 많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발렌시아의 아얄라는 단순히 '33살 먹은 선수'가 아닙니다. 분명히 선수들 사이에는 클래스라는 것이 있고, 아얄라는 그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센터백. 6시즌간 발렌시아의 포백을 그 등에 걸머지고 뛰어온 선수입니다. 폼이 떨어지기는커녕, 월드컵이라는 세계 최대의 무대에서 당당히 베스트 11에 포함되며 절정의 기량을 증명해내고 있는 선수죠. 그런 선수에게 나이를 들이밀면서 원래도 별로 많지도 않았던-_-; 연봉을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삭감하겠다고 통보한다면 받아들이겠습니까? 구두 약속 같은게 없었더라도 못 받아들일 문제입니다. 팀에 대한 애정만으로 뛰어달라고 할 수 있는 레벨의 클럽이 아니라는 겁니다, 발렌시아는. 좋은 성적을 원한다면 말이죠. 동네 축구를 하는 팀입니까? 프로의 클럽입니다. 프로이기에 돈관리 잘해야 하지만 프로이기에 실적에 걸맞는 보상이 필요한 세계에 속해있는 클럽이라는 얘기죠. 아얄라로서는 말 그대로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얄라의 대리인이자 돈에 환장해있는 마스카르디라면 몰라도 저는 아얄라가 단순히 돈 때문에 발렌시아를 떠나겠다고 결심했을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데서 오는 배신감. 그런 배신감을 느낄 정도로 아얄라는 발렌시아를 아끼는 선수 중 하나였다고 믿고 있습니다.
물론 지난 여름, 저 역시 아얄라에게 배신감 비슷한 걸 느꼈었습니다. 비야레알로 가겠다는 말이 아팠습니다. 결국 발렌시아에 남게 되었어도 껄끄러운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발렌시아에서 뛰고 싶다, 는 말을 해준 그 순간부터 저는 아얄라가 어떤 선택을 하든 마음 편히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설사 아얄라가 한 그 말들이 모두 거짓말, 변명이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그간 피치 위에서 보여줬던 모든 것들이 아얄라가 발렌시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얘기해주고 있습니다. 본디 축구선수들이라는건, 마이크가 아니라 플레이로 말하는 사람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