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이겼기에 아까 아침에 썼던 임시 포스팅에 살을 덧대어 새로 포스팅합니다. 물론 이 포스팅의 목적은 트레이닝과 경기 사진이죠. 그리고 클럽박스에 이 경기와 U-21 잉글랜드전 올려뒀습니다 :)
전반 초반, 기선 제압 당하다. 어느 정도로 재미없을거라고 예상했는지는 비밀이지만, 어쨌든 안졸고 끝까지 다 보긴 본 걸 봐선 우려했던 것보다 재미없진 않았네요. 그렇다고 재밌었던 건 아니지만요. 처음엔 잉글랜드가 제법 세게 나와서 '오오? 지는거야?' 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금새 '아~아, 그럼 그렇지' 하는 느낌으로 바뀌었어요. 저로서는 월드컵 이후 처음이니까 꽤 오래간만에 잉글랜드 경기를 본건데 좀 달라진건가, 싶었으니까요. 확실히 달라지기는 달라졌더군요. 어쨌든 잉글랜드의 폭풍 같던 선제 공격은 30초만에 코너킥을 얻어낸 걸 포함해서 전반 2분까지 슈팅만 서너개 정도 기록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전반전에 기록한 잉글랜드 슈팅의 대다수가 이 시점에 몰렸죠; 여튼 초반엔 잉글랜드 페이스였습니다.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는게 눈에 보이던 아르마다, 특히 수비진. 그리고 난감해하는 모습이 클로즈업 되던 영감탱이.. 마치 쫄았지? 라고 묻는 듯 하더군요, 그 카메라. 이때 잠이 확 깨는 바람에 끝까지 경기를 보게 되어버렸던거죠.
그 이후로도 꽤 오랫동안 공격의 활로를 찾지 못하고 백패스와 패스미스를 번갈아가며 해대는 모습에 참 우울했습니다. 사실 고백하자면 몇가지 확인하고 싶었던 장면들 때문에 파일을 돌려보다 그게 어느 시점인지 기억해내지 못해서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봤는데 잉글랜드 참 빡빡하더군요. 빠른 템포를 유지하면서 리그에서 단련된 것으로 보이는 무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공을 둘러싼 대부분의 상황에서 빠르게 수적 우위를 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비록 끝까지 가진 못했지만요.
폭풍이 지나간 그 자리, 그렇게 잉글랜드의 의지대로 흘러가던 흐름은 곧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우리 캡틴이 뒤를 받쳐주고 챠비가 공격을 푸는 역할을 했는데 이 조합도 꽤 괜찮기는 했습니다. 안정감이라는 측면에서요. 비록 중원의 지배까지는 하지 못했고 커팅을 해낸 이후에도 원활하게 공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었지만요. 거기다 더해서 사이드에서 올려주는 크로스는 그다지 기대할 수 없다보니 투 톱들은 직접 찬스메이킹을 하기 위해 겉돌아야 했구요. 당연히 챠비-세스크-알론소의 삼미들을 쓸 때 처럼 화려한 패스웍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그렇게 나왔어도 패스웍으로 중원을 지배할 수 있었을 것 같진 않지만요. 유로 예선에서 이미 경험한 일들. 하지만 중원에서의 안정감을 갖고 나니 화려한 패스웍이 그리워졌던 건 사실입니다. 불필요한 패스밖에 보이지 않던 때에 안정적인 중원 장악이 그리웠던 것처럼요.
어쨌든 이어지지 않는 공격의 활로를 찾기 위해 비야는 고군분투 했습니다. 호러블 미스-_-로 이어지긴 했어도 모로에게 찬스를 만들어준 것도 비야였죠. 비야-앙굴로-모로-허공으로 가더군요, 공이. 그 후부터는 비야가 안되겠다 싶었는지 조금씩 이기적인 플레이를 하기 시작. 공격이 안풀리는 발렌시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개가 되었습니다 OTL 뭐 괜찮은 중거리 슈팅도 하나 있었고 그렇게까지 삽을 든 건 아니었지만요. 어쨌든 실바-비야-모로-앙굴로의 공격편대가 막히면 어찌되는지, 발렌시아의 팬이라면 뼈에 사무치게 잘 알고 있죠. 딱 그 짝...이라고 까지 할 건 없나요. (쓴웃음) 여튼 비야나 모로도 그렇지만 실바도 꽤나 견제 받았습니다. 반면에 앙굴로씨는 제법 프리할 때가 많았는데 덕분에 중거리 슈팅도 때려보고 그랬지만 그다지 효과적인 찬스는 만들지 못했습니다. 이런 걸 다 알고 내비둔 게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네요. 물론 수비가담면에서는 적절했죠. 늘 그렇듯이. 사실 챠비-캡틴이 적절하게 중원을 커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좌우 미드필더들의 수비 가담이 좋았던 점도 한 몫 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쨌든 미드필드에서의 공격 시도는 통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되는 겁니다. 지난 유로 예선들에서도 우울하게 했던 문제죠. 그렇다고 돌파를 허용받은(..) 윙백들이 순도 높은 크로스를 뻥뻥 날려주는 것도 아니니까 공격이 갑갑 그 자체. 일단 호흡도 잘 안맞고 말입니다. 물론 라모스와 캅뎁씨가 거의 완벽에 가깝게 잉글랜드의 사이드를 틀어막아준 것에는 만족하지만요. 하지만 클래식 윙어를 쓰지 않는 4-4-2 에서 윙백들이 해야하는 건 단순히 수비뿐만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겠죠. 이래서 어디 유로 예선 하겠습니까 OTL
여튼 전반전의 경우 딱히 어디가 우세하다고 할 수는 없는 전개였지만 일단 스페인은 유효슈팅이 하나도 없었고 초반의 폭풍 같던 몰아치기를 봐서 잉글랜드의 판정승, 정도로 해둘까요. 사실 그렇다면 잉글랜드는 어땠나! ..라는 점을 얘기하고 싶은데 선수 구분을 못해서요. 스페인은 그냥 움직임이나 위치만 보면 90% 정도는 구분을 하겠는데. 아, 미리 말하는 걸 잊었는데 전 TV로 안보고 웹에서 손바닥만한 화면으로 봤습니다. 한국어 해설을 듣고 싶지 않았거든요. 어쨌든 잉글랜드에서 인상적이었던 선수를 얘기하자면, 역시 키로 먹고 들어가는 크라우치. 무서운 형네빌. 더 무서운 형퍼디넌드. 완장찼다 제라드 정도군요. 제라드는 흔히 말하는 제랄동 모드 이런 건 아니었지만 공수양면에 걸쳐서 괜찮은 움직임이었던 듯 합니다. 모로의 미스만큼 인상적이었던 제라드-크라우치 리버풀 콤비의 유효슈팅도 있었고 말이죠. 전부 무위로 돌아가던 잉글랜드 공격 루트 가운데 가장 효율적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전반 끝나고 아웃되더군요.
후반이 되었다. 후반에 들어서 모로와 또레가 교체. 그리고 다음 유로 예선에서 뛰지 못하는 두 사람이(푸욜씨, 라모스) 예상대로 45분만 소화하고 교체되었습니다. 그래서 들어온 선수가 바로 그 세비야의 하비 나바로였고, 라모스와는 앙헬 로페즈가 교체되어 들어왔죠. 반면에 잉글랜드는 제라드만 배리와 교체되었더군요. 뭐, 이니에스타의 내셔널 데뷔골이자 이 경기의 결승골이 들어간 이후엔 양 팀 모두 마구잡이식 교체를 해대기 시작했지만요. 여튼 후반전은 좀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짧게 얘기하고 넘기겠습니다. 딱히 할 말도 없고.
후반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역시 하비 나바로겠죠. 발렌시아 출신의 거칠디 거친 센터백. 이야, 멋졌어요. 온, 오프 플레이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지는 들개 같은 움직임. 적일때는 짜증나도 우리팀이라고 생각하고 보면 좋아하는 플레이입니다. 개인적으로 형퍼디넌드의 플레이도 꽤 좋아하는 편이라 수비펫치인 저로서는 그런 면에서 볼만한 부분이 꽤 있었어요. 어쨌든 하비 나바로라고 하면 이미 리가에서는 정평이 나있는 터프한 센터백입니다만 아르마다에서도 나쁘지 않네요. 그리고 앙굴로씨와 교체되어 들어왔던 이니에스타의 기습적인 결승골. 비야의 크로스도 좋았고, 실바가 수비수들을 끌어안고 있었던 것도 괜찮았습니다. 이니에스타도 잘 넣어줬지요. 개인적으론 그거 외엔 딱히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만.
그리고 그 결승골 이후엔 당연하게도 잉글랜드가 총공세. 스페인은 정체를 알 수 없는 포메이션으로 선수비 후역습의 이기기 위한 경기를 전개했습니다. 실바가 아리스멘디와, 엄청 교체되기 싫은 얼굴로 비야가 파브레가스와 교체된 후에는 원톱의 토레스와 피보테의 우리 캡틴 사이에 이니에스타-세스크-챠비-아리스멘디가 혼재하는 그야말로 '무엇을 하고 싶은건가' 포메이션 완성.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제대로 된 공격 같은 건 거의 단 한 번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또레의 고립은 불가항력이었죠. 아예 내려와있더군요. 반면에 제법 안정적이었던 포백, 특히 파블로-하비 나바로의 센터백 듀오와 간만에 '오늘은 실점안해모드' 였던 이케르, 그리고 딱히 결정적인 공격을 해내지 못했던 잉글랜드의 완벽한 조화로 더이상의 골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 마이카 리차드 잘하던데요.
단지 제 불만은 우리 캡틴이 풀타임으로 뛰다가 후반 막판 즈음에는 부상을 당할 뻔했다는거. 뭐 끝난 경기니까 불만이라고 해봤자 별 의미는 없겠지만요. 그리고 역시나 마뇰로 아저씨 여러번 잡히시더군요. 으하하. 부러운 아저씨 같으니. 여튼 개인적으론 별 임팩트는 없었어도 아리스멘디 데뷔도 지켜볼 수 있었고, 어쨌든 이기기도 했고, 우리 선수들도 안다쳤고, 그럼
된거죠. 뭐 그랬구요. 포르투갈도 적절하게 이겼다는 것 같고, 아르헨티나도 하비에르의 골로 프랑스를 이겼습니다. 차라리 이걸 볼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듭니다 -_-; 어제 있었던 U-21 경기에선 파야르도도 뛰었던 것 같구요. 경기는 아쉽게 비겼지만. 여튼 A매치 주간이 끝났군요. 자자, 얼른 다시 돌아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