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손꼽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 미겔 앙헬 앙굴로. 이번 시즌은 스페인 대표팀에도 정착할 정도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러나 혹여 후보로 돌려져도 그의 팀을 최우선하는 자세는 변하지 않는다. 「이 멀티 재능을, 발렌시아을 위해서──」
쫒겨서 안절부절하던 때에 연장전에 돌입했었다면…
월드 사커 다이제스트(이하 WSD)좀 빠르지만, 이번 시즌 좋은 컨디션의 비밀을 알려주세요. 발렌시아에서 꾸준히 활약하고 있는 것이 평가를 받아서 지금은 스페인 대표팀에도 완전히 정착했죠?
미겔 앙헬 앙굴로(이하 앙굴로) 아마, 오프 시즌의 피지컬 트레이닝의 성과일까. 예년 이상으로 준비를 잘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양호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WSD시즌 초부터 선발로 기용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호아킨과 교체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지 않은가요?
앙굴로 뭐, 멤버는 감독이 결정하는 것이니까요. 그다지 불평불만을 말할 생각은 없어요. 지금도 컨디션 자체는 나쁘지 않고, 주어진 찬스에 확실하게 결과를 남긴다면 다시 상시 스타팅 멤버로 플레이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WSD그건 그렇고, 챔피언스 리그는 유감이었네요. 분하게도 베스트 4 진출을 하지 못하게 되어버렸는데, 우선은 결승 토너먼트 1회전의 인테르전을 되돌아봐 주겠어요?
앙굴로 홈 앤드 어웨이의 두 경기를 하나로 생각해, 영리하게 싸울 수 있었지요. 무엇보다 커다랬던 것은 1차전. 어웨이에서 무승부, 거기에다 두 개의 골을 넣은 무승부는 엄청나게 커다란 어드밴티지가 되었어요. 메스타야(발렌시아의 홈)에서의 2차전은, 어쨌든 실점하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견실한 경기 운영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러한 견실한 축구는, 우리들 발렌시아의, 말하자면「18번」이니까요. (웃음) 예측대로 득점 없는 무승부였죠.
WSD 하지만 그 2차전은 끝이 좋지 않았지요. 경기가 끝난 후에, 예의 난투극이 일어나버려서…….
앙굴로 어찌됐든, 메스타야에서 그런 사건이 일어나 버린 것이 유감스럽기 그지 없고, 팬들에게도 미안한 감정이 가득해요. 게다가 팀에게 있어서도 치명적이었지요. 그 건으로 인해서 당사자였던 다비드 나바로와 마르체나는 다음의 첼시전에 출장할 수 없게 되어버렸으니까요. (주 / 다비드 나바로는 6개월, 마르체나에게는 2경기의 출장 금지 처분이 UEFA로부터 내려졌다.)
WSD그 첼시전 말인데, 어웨이에서 1차전을 무승부로 이끌어냈을 때에는, 솔직히,「(다음 단계 진출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아닌가요?
앙굴로 그런 물렁한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8강까지 올라온 팀은 어디든 왠만해서는 쉽게 이길 수 없는 상대들이고, 그 중에서도 우승 후보였던 첼시는, 홈, 어웨이에 관계없이 힘을 발휘하는 팀이니까요. 하지만 2차전도 전술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중원에서 주도권도 가지고 있었고, 전반전에 선제골도 넣었었으니까요. 거기다 그들이 드록바나 쉐브첸코를 노리고 롱 볼을 집어넣을 것이라는 것도 예측하고 있었죠. 하지만 52분에 따라 잡히고 난 후, 팀 전체가 안절부절하게 되어버렸다고 해야할까, 초조감이 드러났다고 해야할까……. 어떻게든 연장전에 돌입하게 되었더라면, 다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을테지만요. (주 / 첼시의 결승골은 추가시간이었던 93분. 2경기 토탈 2 - 3 으로 발렌시아가 패했다.)
WSD충격에서는 이미 벗어났나요?
앙굴로 아아. 앞으로 리가에 모든 신경을 집중할 거예요. 8경기가 남은 현시점에서 선두 바르샤와는 6포인트차(4위). 간단하지만은 않은 미션이지만, 역전우승이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니까요. 얼마전에는 2위인 세비야에게 이겼었고(30라운드 / 2 - 0), 다음의 마드리드전을 가져올 수 있다면, 가능성은 더욱 넓어지게 될 거예요. 적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커다란 일을 해내고 싶네요. (주/ 유감스럽게도 31라운드 마드리드전은 1 - 2 로 패했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어디에 기용되든 상관없다.
WSD그건 그렇고, 당신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예요. 센터포워드, 세컨드 톱, 좌우의 사이드 하프, 그리고 오른쪽 사이드백……. 복수의 포지션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는데, 정말로 어디가 가장 좋은가요?
앙굴로 전부. (웃음) 아니, 농담이 아니라, 나는 지금 당신이 언급한 모든 포지션에서 거의 똑같이 기분 좋게 플레이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나의 능력이 가장 발휘되기 쉬운 곳은, 세컨드 톱이나 오른쪽 사이드 하프겠지요. 하지만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어디든지 상관하지 않아요. 특히 이번 시즌의 발렌시아는 부상자가 많았었으니까요. 예를 들어 미구엘이 부상중일 때에는 오른쪽 사이드 백도 했었지만, 긴 시즌, 항상 베스트 멤버로 싸울 수 있진 않아요. 예측할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난다거나 할 때에, 나의 이런 멀티한 재능을 활용해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WSD감독에게 있어서는, 정말 고마운 선수네요. (웃음)
앙굴로 반대로 말한다면, 어떤 감독의, 어떤 시스템이나 전술에도 상응할 수 있다는 얘기죠.
WSD하지만 현재의 발렌시아는 어느 포지션이든 경쟁이 치열하죠. 오른쪽 사이드 하프에는 호아킨, 왼쪽 사이드에는 실바와 비센테, 그리고 최전방에는 비야와 모리엔테스가 있으니까요.
앙굴로 발렌시아와 같은, 언제나 우승을 노리는 빅클럽이라면 경쟁이 있는 게 당연하죠. 앞으로도 클럽은 계속 훌륭한 선수들을 영입하게 되겠지만 그것으로 타이틀 획득의 가능성이 넓어진다면 나는 대환영이예요.
WSD스페인 대표팀에 많은 선수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발렌시아의 현실을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앙굴로 발렌시아만큼 스페인 선수가 선발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클럽은 리가에서도──일단 강호라고 불려지는 클럽 중에서는── 드물겠죠. 그러니까 스페인 대표팀에 발렌시아의 선수가 많이 선발되는 건 어떤 의미로는 당연한 거예요. 부상 같은 것도 있어서 지금은 대표팀에서 제외되어 있지만 비센테, 호아킨, 바라하 등도 조만간 복귀하게 될 거구요. 이건 최근 몇 년, 스페인 선수 중심의 팀 만들기를 내걸었던 클럽의 방침이 이루어낸 결과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WSD그 스페인 대표팀에 대한 얘기인데, 유로 2008 예선에서는 꽤나 고생을 하고 있네요. 본대회 출장은 괜찮은건가요?
앙굴로 모두들 좀 걱정이 지나친 것 아닌가요? (웃음) 3월 하순에 홈에서 있었던 두 경기(덴마크 전과 아이슬란드전)에서 연승해서 꽤 편해졌어요. 2위인 스웨덴과는 3점차, 선두인 북아일랜드와도 1경기 적은 상태로, 불과 4점차예요. 6월에 있을 어웨이 2연전(2일에 라트비아전, 6일에 리히텐슈타인전)에서, 확실하게 승점 6점을 얻어낸다면 2위 이내는 확실하게 보이게 될 거예요.
WSD그렇지만 아라고네스 감독에 대한 미디어의 비판은 굉장하다구요.
앙굴로 그러한 비판은 우리들 선수들의 귀에도 들어오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어떤 비판도 참아내고, 눈 앞의 경기를 하나 하나 이겨나가는 것 밖에 없죠. 그리고 미디어쪽에서는 3월의 연승을 좀 더 평가해줘야만 해요.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에서 임했던 그 두 경기는 압박감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루이스(아라고네스)도 합숙중에 매스컴을 차단하고 어떻게든 우리들을 훈련에 집중시켜주려고 필사적이었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확실하게 결과를 낸거예요. 가끔씩 칭찬의 말을 해준다고 해서 벌을 받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하는데. (웃음)
휴일에는 집에서 느긋하게 보내고, 요리와 가드닝이 취미.
WSD그럼 지금까지의 커리어 중에서 가장 영향을 받았던 감독은?
앙굴로 한 사람은 바르다노. 저를 발렌시아의 톱 팀으로 끌어올려준 감독이예요. 그리고 또 한사람이 라니에리. 그게 98-99 시즌이었던가요. 그는 저에 대한 것을 높게 평가해주었고, 많은 출장기회를 주었죠. 그 시기에 드디어 진짜로 프리메라(1부)의 선수가 되었다, 라고 실감했었어요.
WSD지금의 감독, 키케 플로레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앙굴로 굉장히 디테일을 중요시하는 감독이예요. 키케 이상으로 조직과 전술을 중시하는 감독을 저는 다른 누구도 알지 못해요. 비디오를 사용해서 세세한 미스를 지적한다거나, 대전 상대의 약점을 알려준다거나……. 그렇네요, 감독이라고 하기 보단, 교수라는 느낌이예요.
WSD 하지만 첼시에게 패한 것으로 인해서 키케에게 비판의 목소리도 늘어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앙굴로 감독의 평가라는 것은, 결과에 의해서 크게 좌우당하니까요. 변명을 들어주지 않는 힘든 일이예요. 하지만, 아직 리그 우승의 가능성은 남아있죠. 키케의 평가는 시즌이 끝난 후에 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WSD그러면 커리어 중에서 잊을 수 없는 경기는?
앙굴로 많이 있지만,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역시 99-00시즌의 챔피언스 리그 바르샤와의 준결승 1차전이겠지요. 제가 2골을 넣어서 4 - 2 로 이겼던 경기요. 그것은 팀에게 있어서도, 저 자신의 커리어에 있어서도 무척이나 중요한 승리였어요. 그 후에 파리에서의 파이널은 아쉬운 결과로 끝나버렸지만요. (대 마드리드 / 0 - 3 으로 패배)
WSD어렸을 때에 동경했던 선수 같은 것은 있나요?
앙굴로 그럴 정도로 빠져드는 타입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선수는 많이 있었어요. 키니(70년대부터 80년대에 스포르팅 히혼과 바르샤에서 활약했었던 스페인 대표팀의 FW), 루이스 엔리케, 우고 산체스, 스토이치코프 정도가 마음에 들었었죠. 그들은 모두 캐릭터가 강렬하고, 플레이도 "규격(規格)외" 였잖아요. 아마, 그런 부분에 끌렸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키니와 엔리케는 같은 아스투리아스 사람이었구요. (앙굴로는 아스투리아스주의 주도(州都) 오비에도 출신.)
WSD그들의 플레이를 흉내내거나 했었나요?
앙굴로 아니, 안해요. 그저 좋아하는 것 뿐이죠. 저는 예전부터 현실주의자였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웃음)
WSD오프를 보내는 방법은?
앙굴로 가족과 함께 집에서 느긋하게 보내는 일이 많네요. 저는 자타가 공인하는 인도어파라서요. (웃음) 요리랑 그리고 가드닝이 취미이고, 쉬는 날에는 정원에서 보내는 일도 많아요. 흙을 만지거나 꽃을 심거나요. 그 다음엔 영화도 좋아하니까 가끔씩은 시내의 영화관에 간다거나 하고 그래요. (웃음)
WSD괴로운 것을 생각나게 해버리는 것 같지만, 작년 말에 어머님이 돌아가셨다구요.
앙굴로 응…….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저는 맹세했어요. 그녀를 위해서라도 좀 더 노력하자, 그래서 앞으로 내가 넣는 골은 모두 천국의 어머니에게 바치자구요.
WSD이게 마지막 질문이예요. 2008년 6월로 발렌시아와의 계약이 끝나는데 아직까지 계약연장교섭은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네요? 혹시 이적도 생각하고 있는건가요?
앙굴로 그 건에 대해서는 대리인이 클럽과 접촉을 취해봤는데「시즌 종료후까지 기다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듯 해요. 솔직하게 말한다면, 빨리 확실하게 해두고 싶지만, 클럽과의 사이에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특별히 걱정하고 있진 않아요. 저는 이 도시와 이 클럽을 사랑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발렌시아에서 플레이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1. 솔직히 시즌활약도만 따진다면 진작에 나왔었어야 할 앙굴로씨의 인터뷰가 이제서야 나왔지 말입니다. 아직 비야 인터뷰 하나 미뤄두고 있는데 반가워서 이것부터 냉큼. 그냥 딱 앙굴로씨다운 인터뷰네요. 굳이 하나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라면 역시 ㄹㄴㅇㄹ 얘기지만서도. 물론 최악의 시기가 아니라 그 전 시기지만 어쨌든 간만에 제대로 그 이름을 타이핑해봤습니다. 앙굴로씨에 대한 예의상 차마 본문에서 자음나열을 할 수는 없었다고나 할까요. (먼 산)
2. 우리 나이로는 31살이지만 아직 생일도 지나지 않았고, 현지에서는 29살이죠, 앙굴로씨. 그런데도 불구하고 가끔 훨씬 더 나이가 많다고 생각하게 되곤 합니다. 아무래도 보아온 시간이 길어서 그런거겠지만. 여튼간에 앙굴로씨는 발렌시아에서 은퇴하시는 겁니다. 앞으로도 꽤나 속 터져가면서 봐야 되겠지만요. (웃음) 3. 우리 선수들은 키케에 대해선 입을 모아 '디테일을 중요시하는 감독' 이라고 얘기하네요. 호아킨도 그랬었고, 실바도 그랬었고, 앙굴로씨도 그렇고. 비야도 그랬었던가 -_-; 앙굴로씨의 표현이 가장 적나라한 것 같긴 하지만요. (웃음) 감독이라기보단 교수라니. 그럼 자신은 학생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거겠군요. 으하하. 4. 그나저나 취미가 정원 가꾸기(..) 왜 이렇게 잘 어울리나요 OTL 물론 요리도 잘 어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