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해도 너무합니다. 너무하다고 수천번을 얘기해도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 심정입니다. 짤방이고 뭐고 붙일 기분도 안들고 사실 포스팅 할 생각도 전혀 들지 않는데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갑갑한 심정, 이렇게나마 풀어야지 어떻게 하겠습니까. 지난 경기에 대한 포스팅을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모레티가 실려 나갔었습니다.

그간 이 곳에서 제 포스팅을 봐오신 분들은 알겠지만 다른 선수들도 그렇긴 해도 진짜 모레티만큼은 부상 당하지 말아 달라고 제가 거의 빌다시피 해왔습니다. 심지어 경기에서 삽질은 좀 해도 좋으니까 제발 부상만은 당하지 말아달라고까지 했었지요. 이건 한 팀을 서포팅하는 사람으로서 바람직한 발언은 아니었을지 모르겠지만 진심이었습니다. 발렌시아의 상황도 상황이겠지만 다른 대체 선수가 딱히 없는 건 모레티뿐만은 아니었으니 모레티는 나름대로 저에게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던겁니다. 이제사 확실하게 알겠네요.

사실 모레티가 그 저주 받은 시즌에 처음 왔을 때 다른 이탈리아노들과 도매급으로 묶어서 미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그 탓에 지난 시즌에도  많은 신뢰를 보내주지 못했었고 이번 여름 델 오르노가 오게 되었을 때에는 모레티에 대한 생각이 많이 옅어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더 미안하고 마음이 아파요. 제 치졸하고 편협한 성격으론 전례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 좋지 않은 감정들을 다 뒤엎고 정말로 말 그대로 '완소'하게 된 거의 유일한 선수가 모레티니까요. 그만큼 많이 성장해줬고 든든한 모습을 보여줬고 가끔은 그렇게까지 해주지 않아도 된다고, 정말 감사할 정도로 처절하게 뛰어주기도 하는, 정말 예뻐하지 않을 수 없는 선수예요, 우리 모레티는.

그런데 부상이랍니다
. 그것도 운이 정말로 좋아야 2개월이라네요.


정확한 진단이 아직 나온 것 같지 않지만 어쨌든 그렇다네요. 이쯤되니까, 아니 훨씬 전부터 해댔어도 아무도 뭐라고 안했을 말들이 절로 튀어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대체 왜 우리한테만 이러는겁니까? 무슨 잘못을 했나요, 우리가. 다른 팀 선수들은 왜 부상 안당하냐고 말도 안되는 투정 부리는 거 아닙니다. 다른 팀도 부상자가 줄을 잇는 팀이 있다는 거 압니다. 하지만 다른 팀 선수가 몇개월씩 끊어나간다고 해도 저한테는 우리 선수들 가벼운 부상이 더 마음 아프고 안타까운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우리보다 심한 팀 따위 찾을래야 찾을 수도 없을 상황입니다. 가벼운 것도 아니고 매 경기 몇 개월씩 계속 실려나가네요. 화가 납니다. 전 왜 우리만 이렇게 쉬지도 않고 매경기마다 몇 개월씩 진단 받아서 소중하고 소중한 선수들 실려나가야 되는 거냐고 만약 신이 있다면 그 존재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은 겁니다. 냉정하게 몇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특정 선수들이 계속 심한 일정을 소화해내야했고 그에 따른 과부하로 쉽게 부상을 얻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라고 저도 머리가 있으니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근데 그게 마음으로까지 납득이 됩니까? 전 기계가 아니라서 그저 서럽고 마음 아프고 눈물만 납니다. 선수 부상 당하는 거 한두번 본 거 아니고 비센테가 처음 장기 부상 당했을 때 대성통곡한 기억도 있습니다만 지금처럼 이렇게 저 깊은 곳이 틀어막힌 듯이 아파본 적은 처음입니다.

꽁한 사람이고 싶지 않아서 일일히 다 얘기하진 않았었지만 이번 여름에도 정말 마음 고생 많이 했습니다. 월드컵 대표 선발에 관한 것부터 시작해서 호아킨의 이적, 그리고 아얄라의 거취 문제, 바라하의 시즌 개막 직전 부상까지. 그런데 차라리 지금은 그 때로 돌아가고 싶네요. 뭐가 문제인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왜 이렇게 가혹한 상황이 우리에게 일어나야 하나요? 한 명만 다쳐도 아픈데 멀쩡하게 뛸 수 있는 선수들을 꼽는 게 훨씬 더 빠르다니요. 전 아직도 이 상황이 이해도, 납득도 안됩니다.

개막전부터 부상이었던 바라하, 델 오르노, 그리고 적응중에 부상 당해서 아직까지 출장 한 번 못하고 있는 타바노. 3라운드에서 4개월짜리 끊었던 마르체나, 그리고 6라운드 셀타전에서 3주 끊었던 비센테, 내셔널 갔다오면서 안면부상으로 잠시 아웃되셨다가 지난 7라운드에서 2개월 끊어주신 우리 캡틴. 8라운드에서 장장 반년 이상의 끔찍한 부상 선고를 받은 가빌란. 그리고 9라운드에서는 모레티... 알비올군도 유스팀 갔다가 부상 당해서 왔었고 실바는 컨디션 난조인 상태로 돌아왔었지요. 서드 골키퍼인 모라도 부상 당했었고, 나바로와 모로도 잔부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에두도 한동안 출장 못하다가 갓 복귀했구요. 줄줄줄 하도 많이 되뇌여서 입에서 단내가 날 지경입니다. 우리, 무슨 죄 지었나요?

전 여전히 우리 선수들, 우리 팀, 우리 감독님을 믿고 있지만 이젠 무섭습니다. 다음 경기가 시작되는 게 두려워요. 경기에 집중할 수가 없게된 지 오래입니다, 저는. 가벼운 접촉에도 심장이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습니다. 부상이 많다 많다 했지만 전 이런 거 처음 겪습니다. 대체 무슨 대단한 걸 주시려고 이리 아프게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설사 이렇게 해서 정말 대단한 걸 얻어낸다고 해도 그게 지금의 저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우리 소중한 선수들이 아파하고 있는데. 내가, 그리고 우리팀이 이렇게 아파하고 힘들어해도 리그는 계속 진행되겠지요. 그리고 키케 말대로 우리 선수들은 그 가혹한 상황에 맞서야 하는거겠지요. 경기가 잘 풀릴리가 있을까요. 소중한 동료들이 매 경기 실려나가는데. 가벼운 접촉에도 날카롭게 반응하는 선수들의 심정이 너무나 절절하게 느껴져서 힘이 듭니다. 몇 번 언급했지만 선수들이 동료가 심한 반칙을 당해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을 하게 된지도 꽤 됐습니다. 모르겠어요, 저는. 유난히 우리가 심한 반칙을 당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이렇게 길게 쓸 생각이 아니었는데 길어지네요. 아직도 쏟아붓고 싶은 이야기가 산더미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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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銀_Ryan :